소통

[스페셜 기고] 2021.2. 환경교육과 생명의 고통 - 국가환경교육센터 이재영

관리자 2021.2.8 0

환경교육과 생명의 고통

 

 

 이재영(공주대학교, 국가환경교육센터장)

 

 

 

  멸종을 자연의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?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제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연의 고통에 있어 고통의 주체는 개체이다. 그러나 종의 사멸은 개체의 고통을 넘어서 종 전체에게 닥쳐온 고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? 우리가 인류 전체에게 닥쳐온 고통을 생각할 수 있듯이 특정한 생물종에게 닥친 사멸의 위기는 그런 고통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? 이제는 멸종해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개구리는 자기 입 안에서 새끼를 기른다고 한다. 나는 이 개구리가 사라진 것이 슬프다.

 


그림 . 입안에서 새끼를 기르는 위주머니보란개구리. 멸종했다.
 

  그런 관점에서 미국 동물원에 남아 있는 전령비둘기의 마지막 개체 마사의 모습은 멸종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. 그 이후에 어떤 종의 마지막 개체가 죽는 것을 목격한 경우가 또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.
  가축 살처분에 참여했던 4명 중 3명이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(PTSD)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.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'가축 살처분 트라우마 현황 실태'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TSD 판정 기준인 25점을 넘긴 응답자는 전체의 76%에 달했다. 응답자 전체 평균 점수는 41.47점으로 판정 기준을 훌쩍 넘겼다. PTSD와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응답자도 전체의 23.1%나 됐다. 나는 이런 고통스런 과정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.
  케냐 차보 국립공원의 동물들은 이 지역을 휩쓴 끔찍한 가뭄 때문에 수십만 마리의 동물들이 마실 물이 없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. 완두콩 농사를 짓던 패트릭(Patrick Kilonzo Mwalua)이라는 농부는 매일 신선한 물 10,000리터를 가지고 수십 km를 차로 달려 차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. 트럭을 한 번 운전해서 동물들에게 10,000리터의 물을 공급하는데 250달러(약 26만 원)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전해졌다. 그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26,445달러(약 4억 5천만 원)의 거금이 페트릭을 위해 기부되었다고 한다.
  의상디자이너인 Romy McCloskey는 날개의 절반이 잘라진 채 떨어진 나비를 발견했다.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해서 단 10분 만에 나비에게 모양과 색깔이 딱 들어맞는 날개를 만들어서 붙여주었고, 나비는 하룻밤을 지낸 뒤에 다행히 그 날개를 저으면 들판으로 날아갔다고 한다.

 


그림 . 날개를 다친 나비에게 인공 날개를 붙여준 디자이너


  2018년 3월 1일부터 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바로 요리할 수 없게 된다. 스위스 정부가 바닷가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집어넣는 것은 불법이며 요리하기 전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을 통과시켰다. 동물복지론자들과 과학자들은 바닷가재를 포함한 갑각류(가재, 게, 새우 등)의 신경기관이 매우 정교해 산 채로 끓는 물에 넣는 경우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. 스위스 정부는 살아있는 갑각류를 얼음이나 얼음물에 넣은 채 수송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. 수송을 하더라도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 환경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.
  행복은 주관적이지만 고통은 객관적이다. 우리가 타자의 행복을 늘려줄 수 있는 길은 모호하지만 고통을 줄여주는 길은 상대적으로 분명하다. 우리는 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가? 그것은 자연의 고통과 인간의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이다. 앞으로 미세먼지, 살충제, 산림파괴, 멸종,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말은 환경고통이라고 번역해서 듣기를 바란다. 어떤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상황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.
  나는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을 범주화한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. 그리고 하나의 고통은 늘 다른 고통들과 함께 닥쳐온다. 기후변화가 코로나19라는 안전문제를, 코로나19가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, 비정규직 실업이 가난한 엄마의 생존 문제를, 그리고 그 엄마의 아이에게 굶주림과 인권의 문제를 낳고 있다. 환경교육이 늘 예민하게 바라보아야 할 그곳에, 고통이 있다.